철수의 세상 돋보기

재개발 동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새바람'

경철수 2010. 1. 24. 14:36

재개발 동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새바람'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걷고 싶은 충혼로·뉴사직2 발대식 '눈길'
도시공학박사 이중훈 동장 부임후 상가번영회 등 주민참여 이끌어내
2010년 01월 19일 (화) 17:24:15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청주 사직2동 관내 90% 이상이 재개발지역임을 알리는 관내도.
<사직2동, 일본 마치즈쿠리에서 배운다>청주 사직2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재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떠나는 이들 때문에 방치된 빈집들이 슬럼가를 연상케 했던 청주 사직2동. 하지만 지난 15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희망 프로젝트 '뉴 사직2동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마디로 지역주민이 나서 낙후된 주거환경과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해 청주의 중심지로 재도약 하자는 결의를 다지는 날이었다. 말 그대로 '새롭고(New), 능률적(Efficient)이며, 아름다운(Wonderful) 사직2동을 만들자'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사직2동은 재개발 붐이 일면서 지난 2005년 초 인구 1만2122명(4119세대)에 이르던 것이 올해 초 한 때 6422명(2619세대)까지 절반 이상으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걷고 싶은 충혼로 만들기''2010 사직2동(충혼탑) 해돋이 행사' 등 희망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상권 활성화와 함께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더욱이 오는 5월이면 부분 준공에 들어갈 청주 사직2·3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 1만 이상의 청주 중심지로 재도약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사직 재건축 아파트 41개동 3599세대의 입주가 완료되면 적어도 인구 2만 이상 규모의 동네로 급부상하면서 유동인구에 따른 상권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동네 봄바람 불게 한 신임동장

   
▲ 청주 사직2동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 위원회는 흉물스러웠던 빈집 담벼락(사진 왼쪽)을 관내 학생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그림게시대로 새단장 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주 사직2동이 빠른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데는 지난해 8월 사무관으로 승진해 부임한 도시공학박사 출신의 이중훈(51) 동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주민참여형 지역공동체 사업인 일본의 마치즈쿠리를 벤치마킹했다. 우선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 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참여를 이끌어 냈다.

영세 상인들로 동네일에 관심이 적었던 사직2동 국보로 상가번영회의 참여를 유도해 가게앞 물청소는 물론 도색까지 새롭게 했다. 또 희망근로 사업 재료비 4500만원 상당을 어렵게 지원받아 주요 상권인 국보로 125개 점포 입구에 방부목으로 미니화단을 설치했다. 그는 "사시사철 푸르름과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꽃의 거리로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동장은 5주간의 승진자 교육을 마치고 국보로로 첫 출근을 했을 정도로 국보로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국보로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데는 지역상권 활성화에 있다.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상권이 살아야 '희망과 미래의 땅 살기 좋은 사직2동'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이 국보로 포장 공사 이외에 바로 충혼로 확·포장 사업이다.

사직재건축 아파트 입구에서 새마을 금고-사직 성당-무심서로-무심천 징검다리-성안길로  '걷고 싶은 거리' 보행로를 조성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일이다. 그는 충혼로의 볼거리로 사직2동 경로당 노인회가 직접 제작한 솟대를 세우고 벽면에는 주민자치위원회 권해방(65) 부위원장과 희망근로자가 함께하는 청주의 상징 직지를 비롯한 '청주 10선'을 벽화로 그려 선뵐 예정이다.

 

국보로 상가번영회 꽃의 거리 새단장 '박차'

   
▲ 청주사직2동(동장 이중훈)은 관내 90%이상이 재개발 지역이다. 지난 15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희망프로젝트 '뉴사직2동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이미 청주 사직2동 국보로 상가번영회 유영재(51·환영페인트 대표) 부회장을 비롯한 희망근로자 13명은 국보로 상가 앞과 유리창 청소는 물론 도색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여기에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신설한 원예반이 지역주민과 함께 기른 각종 꽃 묘목을 옹기화분에 심어 올봄에는 '꽃에 거리 국보로'를 탄생 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일본의 마치즈쿠리에 비견되지는 않는다. 흉물스러웠던 국보로 빈집 담벽은 벽면(수직)잔디와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게시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야말로 지역주민과 상인, 학생 등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동네를 만드는 지역공동체 사업 마치즈쿠리를 연상케 한다.

사직2동 주민들은 올해 1월1일 해맞이 행사를 충혼탑에서 보냈다. 지역주민 화합행사로 부녀회가 300여명분의 떡국을 끓이고 상가번영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소 한 마리 값으로 추진했다. 사직2동의 이 같은 변화는 동장의 희망프로젝트가 지역주민들을 감동시키면서 참여를 유도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 동장은 10년간 청주시에서 도시계획실무를 담당한 경험으로 지난 2007년에 충북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8월엔 사무관으로 승진해 사직2동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후 축하 화분을 들고 지역 상인들을 일일이 방문해 나눠 주면서 상권 활성화를 위한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 사업'을 설명해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후문이다.

 

축하화분 나눠주고·동장실 주민쉼터 개방

   
▲ 청주사직2동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중훈 동장(왼쪽)과 유영재 상가번영회 부회장.

그는 또 동장실을 주민쉼터로 개방해 모든 주민들이 동에 바라는 일을 서슴없이 털어 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동장은 "마을직능단체와 주민자치위원회, 상가번영회로 구성된 '아름다운 국보로 만들기 위원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부족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재원을 조금씩 보태면서 국보로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직2동은 앞으로 40여명으로 구성된 '행복 도우미'를 통해 민원안내 및 취약계층 돌보미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그리고 상권 활성화와 주차난 해소를 위해 구KBS청주방송국 부지 유료 주차장 70면, 충북병무청 야간 개방 주차장 확보, 빈집과 점포 공영주차장 조성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청원교육청 및 청여중, 사직 성당을 개방해 주민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구 국정원부지의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이용률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동장에게도 고민이 있다. "도심 재정비 지역이다 보니 시 예산 지원을 받는 게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나마 희망근로 사업 지원비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모지구에 대한 정비계획이 법정소송으로 늦어지고 있는 만큼 지원방안을 강구해 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