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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교습시간 제한 '뜨거운 감자'

경철수 2010. 4. 6. 18:57

학원교습시간 제한 '뜨거운 감자'
도교육청 "사교육비 경감·학생 건강·교습시간 제한조례 계속 추진"
충북학원연합회 "공교육 부실 책임전가·지역 특수성 고려해야"
2010년 03월 30일 (화) 18:21:09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지난달 18일 학원연합회원 250여명은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학원운영에 피해를 주는 '반강제적인 방과후 학습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학원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문제가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충북도학원연합회원들은 충북도교육청을 찾아 '반강제적인 방과 후 학습을 중단해 달라'는 항의시위를 벌인바 있다. 이후 같은 달 22일 충북도교육위원회는 학원교습시간제한 조례 심의를 보류했다.

이 조례는 현 교육위원들이 임기가 만료되는 8월이 지나면 자동폐기 된다. 즉 처음부터 재 발의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교육위원 일몰제를 근간으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은 교육위원들이 관련법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는 도내 교육위원들이 이미 관련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6·2교육의원 선거에 전원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전국적인 차원으로 관련조례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선을 노리는 현 교육감과 학원연합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학부형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워낙 강한데다 최근 UN까지 '학생 건강권'을 고려해 한국정부가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관련조례 제정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정부 운영시간 제한의지 강해"
실제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열린 시·도교육청 과장 회의에서 교과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학원교습시간 제한조례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며 "관련조례가 통과될 수 있도록 교육의원들을 설득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정부의 입장이 강력한 상황에서 지방교육청은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즉 밤 10시로 학원교습시간을 제한하는 관련조례 제정 논의는 조만간 다시금 제기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충북도 학원연합회는 지역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란 반응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원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고 있는 서울은 방과 후 자율재량 수업이 이뤄져 사실상 오후 5∼6시면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부여돼 학원을 골라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도내 각 학교는 밤 10시까지 방과 후 학습에 자율학습까지 반강제적으로 이뤄져 학원교습시간을 제한 할 경우 학원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에도 자율재량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특기·적성교육 위주로 방과 후 학습이 이뤄지고 있고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5시 안에 귀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충북도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공교육이 정상화 되지 못해 발생하는 사교육 시장을 학생들의 수요조사도 없이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청주지역 초등학교 학원수강생 266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4%에 이르는 1854명이 방과후 보충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학원연합회 "학생만족도 높아 순기능도"
또 "초·중학교 학원수강생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068명의 68.4%에 이르는 3468명이 학교 보충수업과 학원수업을 병행하고 방과 후만 수강하는 경우는 5.4%에 불과한 272명, 학원수강만 하는 경우는 24.1%(1220명)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 학원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원 정상화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학원 건물임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며 "학원 강사 평균 연령이 20∼30대이고 심지어 30∼40대 운영자도 많은 상황이다. 대출받아 차린 학원의 임대료도 내기 힘든 상황이 빚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역경제 파고는 생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 학원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학원들은 생존싸움에 돌입한 경우다"라며 "한국이 세계경제 20위권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자본이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6만여 개에 해당하는 학원의 고용률은 4년제 대학 졸업자, 청년취업 1순위를 기록할 정도다"고 말했다.

사실 도내 학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2490여개 이른다. 이는 10년 전(1200여개)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등록제인 학원은 93년 거리제한이 풀리면서 출혈경쟁을 이어왔다. 97년 IMF를 겪으면서 청년실업자들이 대거 몰렸고 지난해 교사임용 탈락자들이 가세하면서 학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공교육 수업 정상화 이후 제한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학원운영시간 제한과 연쇄도산은 청년실업 등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9월께 서울과 부산의 한 학원업자가 학원교습시간 제한 등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 헌법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면서 학원 운영시간은 밤 10시에서 초-중-고 단계적으로 10시-11시-12시로 완화됐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학생 건강권과 학습 선택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충북학원연합회 박재철 회장은 "학생들에게 방과 후 학습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정규수업 시간인 오후 5시 이내에 끝내 준다면 학원교습시간을 제한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며 "학원연합회는 장기적으로 현행 80%를 차지하는 입시, 보습, 외국, 예능학원을 차후 전문 직업교육 학원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방과 후 학교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의 85%, 학부모의 84%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낼 정도로 성과가 크다"며 "강제적인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면 적절한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의심 된다"며 "학원교습시간 제한은 학생 건강권은 물론 방과 후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데 의미가 있다. 일관성 있는 교육관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