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세상 돋보기

청명학생교육원 문제아 집합소 낙인 논란

경철수 2010. 8. 27. 09:50

인성교육 요람인가 문제아 집합소인가
오는 9월 개원 앞두고 우려 목소리…위화감 등 또다른 상처 없어야
2010년 08월 24일 (화) 16:01:31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충북도가 이기용 교육감의 공약사항으로 올해 9월 개원을 앞두고 있는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의 청명학생교육원이 문제아 집합소란 낙인론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불량학생 역할극 장면.
<청명학생교육원 정체성 시비>오는 9월 40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개원할 예정인 청명학생교육원이 비행청소년 집합장소란 오명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명학생교육원은 이기용 교육감의 공약사항으로 도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에 88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3158㎡,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교육관과 학생 및 교사생활관, 다목적 교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가족형 생활관을 갖춘 시설로 지어져 왔다.

이곳은 이미 지난 20일까지 도내 중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제1기 교육생 40명을 선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학교폭력 가해학생 등 부적응 학생들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서 최소한 5∼6개월 동안 위기유치교육을 시킬 경우 자칫 '문제아'란 낙인이 찍혀 학교 적응에 더 어려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장기간 위기유치교육을 받고 돌아온 학생의 경우 또래 학생들이 접촉을 꺼리는 위화감마저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밖에도 위법행위로 유치교육을 받는 미평 여자학교의 전신인 미평 중·고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도 모아지고 있다. 사실 청명학생교육원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이 교육감이 이·미용 체험센터와 더불어 '가슴 따뜻한 인재육성'이란 중점공약을 실천하는 장소로 손꼽기도 했다. 당시 이 교육감 후보는 성적향상 교육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자평아래 인성교육을 위한 방편의 하나로 청명학생교육원 설립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감 공약' 과대포장 눈총
그러나 취임 100일도 안되어 이 교육감이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자랑하던 청명학생교육원의 실상이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청명학생교육원 관계자는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하지만 청명학생교육원 위기유치교육프로그램은 미국의 약물중독치료를 위한 공동체 시스템 '데이탑'을 응용한 프로그램으로 서울 지역아동상담센터에서 가출·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전 테스트를 거쳤다"고 밝혔다.

또한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며 "첫째,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둘째, Wee센터장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셋째, 학교장과 담임교사의 교육협력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명학생교육원 박창호 연구사는 "청명학생교육원의 수강생은 자율성이 보장 된다"며 "위법행위를 저질러 교도소 수감 대신 형사미성년자(만 14세)인 아이들을 강제적으로 유치교육 시키는 미평의 여자학교 시설과는 차별화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로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고 빼앗는 아이들은 자라온 환경 탓으로 그것이 자신의 유일한 생존방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며 "청명학생교육원은 이런 아이들에게 남을 해치지 않고서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재사회화를 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이는 강제로 할 수 있는 일도 교육기관의 힘만으로도 어렵다. 따라서 Wee센터장의 추천과 학부모의 동의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고 선도할 수 있다는 담임과 학교장의 교육의지를 확인해 실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학생 의지 높아 효과 기대"
그는 또 "위화감 조성에 대한 우려는 위기유치교육 기간을 기본 5∼6개월로 잡았지만 개정의 여지가 없으면 1년도 갈 수 있다. 스스로 바른 삶을 살겠다고 선택한 이상 학생들도 잘 따라 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회 부적응 학생의 전문적 상담 치유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전담하게 될 청명학생교육원의 나름대로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수혜대상을 의무교육 대상자 중 중학생으로 한정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 초등학교 3∼4학년만 되어도 2차 성장이 오고 담배를 피우는 등의 일탈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또 교과교육과정에서도 뒤처지지나 않을까 하는 일부 학부형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 연구사는 "공감하는 부분이다"며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아직 때가 덜 묻어 Wee센터 상담치유 만으로도 재 사회와, 재교육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인 것은 교과교육과 위기유치교육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학교 교과목 교사 5명만 확보된 상황이라 초등학생을 받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다. 차후 교육대상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면 관련교사 확보를 통해 수혜 범위를 늘려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청명학생교육원은 오는 9월 개원을 위해 5명의 교사와 임상심리사, 임상상담사, 청소년 지도사, 사회복지사 등 10명의 임상전문가를 배치한 상황이다. Wee센터장의 추천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은 학생을 대상으로 6개월 안팎의 교육기간 동안 내적 상처를 치유하고 분노와 감정을 조절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심신수련 등의 위기치유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상담치유는 바람직하지만 문제아란 낙인으로 또 다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갖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TIP:교과부 Wee프로젝트 사업이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Wee 프로젝트 사업은 학습부진이나 따돌림, 대인관계 미숙,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피해 등의 위기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1단계는 단위학교의 친한 친구교실과 Wee클래스, 2단계인 지역교육청의 Wee센터, 그리고 장기적 상담과 치유를 하는 Wee스쿨로 3단계 통합 지원망 시스템이다. Wee란 We(우리)+education(교육)과 We(우리)+emotion(감성)의 합성어를 뜻한다.
 도교육청은 시범학교 학생(초1, 초4, 중1, 고1)을 대상으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우울증, 자살문제, 인터넷 중독 등을 검사해 관심 군(주의군)으로 분류된 학생에게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Wee 센터 등과 연계해 전문적인 검사와 약물치료, 놀이치료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