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심사위원이 뽑는 사학 교감·교장
외부 심사위원이 뽑는 사학 교감·교장
서원학원, 이사장 전횡 막고 공정성·신뢰성 보장 호평
이사장 영향력 축소·짧은 면접·정이사체제 제도화 과제
서원학원이 산하 중·고교 교감·교장 승진 대상자에 대해 외부 심사위원을 통한 인선절차를 거쳐 호평을 받고 있다.
오랜 학내 분규 끝에 관선 이사 체제가 꾸려지면서 빠르게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서원학원이 최근 기존 관행을 깬 인사 시스템 개선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서원대 보직교수 등에 대한 인선 절차를 마무리 한데 이어 지난달 20일 산하 중·고교 교감·교장 승진 대상자에 대한 인선 절차까지 마무리 했다.
우선 이중근 충북여교 교감은 청주여상 교장, 운호중 우근학 교감은 교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그리고 박보희 청주여상 연구부장, 김기용 충북여고 교무부장, 김용범 충북여중 교무부장 등 3명이 교감자격연수대상자로 결정됐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23일 교육청에 교감자격연수대상자로 통보되어 오는 2011년 3월쯤 열릴 교감자격연수를 받게 됐다.
그런데 이들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도내 사립학교 사상 처음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심사위원 평가를 통한 인선 절차가 이뤄져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에 10배수 내의 후보자 중에서 이사장이 선임하던 것을 3배수로 좁혀 심사 위원이 선정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다. 이는 "이사장의 전횡을 막고 오랫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유능한 교사들이 임용될 기회를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낳고 있다.
인선 절차를 살펴 보면 서원학원에서는 관선이사 자격으로 김준호 총장 직무대행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정일용 부교육감, 교육계 원로, 공립학교 교장, 교육의원 등 5명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 심사 위원들은 공정성을 위해 당일날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원 학원 관계자는 "승진 대상자들이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로비 등 잡음을 막기 위해 심사위원 후보군을 뽑아 놓고 당일날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엄격한 대상자 자격요건 우려
이들 심사 위원들은 교감·교장 승진 대상자에 대해 10배수에 해당하는 27명을 추천받은 뒤 교감은 학교 운영계획, 교장은 학교 경영계획을 브리핑 받은뒤 모두 3가지 항목의 질의 면접을 통해 3명을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은 학교 운영 및 경영계획에 대한 얘기와 교원 중에 학교 운영방침과 달리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돌발 질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추천 대상자들은 △교육경력 25년 이상 된 사람으로 △교무부장 등의 보직을 5년 이상 거친 사람들 중에서 △근무평정(인사고과)이 우수한 사람을 교감자격연수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또 교장 승진 대상자는 철저한 역량 심사를 통해 발령 여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서원학원 관계자는 "전임 이사장이 측근 인사를 통해 잡음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실 도내 사학들도 육영사업에 모든 재산을 출연할 정도로 헌신한 선친들과 달리 족벌 세습체계를 통해 학교 수익용재산 처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다던지 자녀들은 물론 조카까지 전임교수나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사학 명문 서원대가 외부 심사위원을 통한 교감·교장 승진자에 대한 인선절차를 거친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 진다.
정이사 체제에서 제도화가 관건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하는 인사규정 상 교육경력 12년, 교무부장 보직경력 1년 이상이면 교감자격연수가능자로 선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승진 대상자 심사 과정이 너무 엄격히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교직 경력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공립학교 승진 대상자에 비해 기회가 좁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또 너무 객관성에 치우쳐 학교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외부 인사가 10여분의 면접만으로 승진 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내부 불만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선 이사 체제에서 가능하지만 정이사 체제로 갈 경우 외부 심사평가가 계속 유지될 지도 의문이란 것이다. 터무니없는 정실인사만 아니라면 적어도 육영사업에 헌신한 일가로서 자격요건이 되는 자기 사람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 심사평가로 선정한 뒤 거부권 행사 없이 결재만 할 경우 이사장의 학원재단 장악력이 약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학재단 이사장의 파행 인사를 막고 모두가 공감하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얻기 위한 서원학원의 이번 시도는 대체로 좋았다는 반응이다. 다만 정이사 체제로 전환되기까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이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원학원 산하에는 서원대를 비롯해 운호중·고, 충북여중·고, 청주여상 등 5개의 중·고등학교가 있다.
"비리재단 옹호 교수 물러나라"
서원대 총학 "학원 정상화 걸림돌"… 총장 "외부감사로 결정"
서원대학교 총학생회는 6일 낮 '비리재단을 옹호한 교수들 퇴진'을 요구하는 우천 시위를 벌였다.
서원대 총학생회가 비리재단을 옹호한 교수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6일 낮 12시께 서원대 총학생회는 "관선이사 체제로 전환된 학원이 빠르게 정상화되기 위해선 비리·부패 재단을 옹호했던 교수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부모가 피땀 흘려 마련해 준 자식들 등록금으로 일부 교수는 낮에는 수업하고 밤에는 유흥비로 탕진하는 사리사욕을 채웠다"며 "이들 교수에 대한 수업거부 및 분반 요청으로 수강생이 없는 상태다"고 꼬집었다. 또 "비리·부패 교수에게 뭘 배우냐"며 학생 광장과 행정동, 인사동을 돌며 우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안교모(학원 안정화를 바라는 교수모임) 한 교수는 "가랑잎이 솔잎을 나무라는 격이다"며 "정상적으로 채용된 이상 적법하고 공정한 인사 절차를 거치기 이전까지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준호 총장 직무대행은 "더 논의를 해 봐야 알겠지만 외부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린 뒤 해당 교수들에 대한 거처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2일 김 총장 직무대행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감사 결과에 따라 김정기 전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가 이뤄지고 있음을 전한 바 있다. 여기에 학내 게시판에 새 재단 영입을 통한 빠른 정상화를 바라는 글 등이 오르고 있어 박 전 이사장측은 안팎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