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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간소화 시동 걸려다 안전시동 '푸들푸들'

경철수 2011. 1. 5. 09:11

시험간소화 시동 걸려다 안전시동 '푸들푸들'
도내 운전학원 기능시험 폐지안에 관망세·환불사태 볼멘소리
"사고율 높이고 보험료 인상… 결국 피해자는 운전자들" 주장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괜찮나>정부의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계획이 발표 되자 충북 도내 관련업계들이 신년벽두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는 기능시험을 폐지하고 도로주행시험으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법 개정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경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기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행안부)안을 살펴보면 운전전문학원에서 의무교육 시간을 현행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기능시험을 도로주행시험에 일원화해 대폭 간소화 했다. 또 학과시험 문항수도 기존 752개의 문항에서 300개로 대폭 줄여 쉬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정부안이 발표되자 그동안 시험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관련업계는 잇단 환불사태와 관망세로 돌아선 소비자들로 막대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더욱이 참여정부 들어서 일본식 운전전문학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막대한 시설투자와 인력을 채용한 상태라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대량 실직이 불가피해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가 구랍 28일 사실상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폐지하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도로주행시험 일원화) 계획을 발표하자 도내 운전전문학원들이 사고발생률 증가와 경영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충청리뷰 DB

 

실제 정부안이 처음 발표된 지난해 12월28일 청주지역 일부 운전전문학원의 경우 적게는 하루 5명에서 8명까지 운전학원 수강료를 환불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업계 성수기라 할 수 있는 겨울방학 기간인 요즘  수강 신청자가 절반 정도 떨어진 학원도 있었다. 이 같은 위기의식에 운전전문학원협회 충북도지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4일 중앙회 대책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운전전문학원협회 충북도지부 남덕우(대영자동차운전문학원장) 회장은 "정부는 이미 지난해 초 운전면허 의무교육 시간을 10시간 줄인바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은 안전성은 뒷전인 채 편리성만 강조해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2월24일 운전면허 의무교육시간을 장내기능 20시간에서 15시간, 도로주행 15시간에서 10시간으로 각각 5시간씩 총 10시간을 이미 줄인 바 있다.

 

미국 운전면허시험제도 몰이해 비롯
여기에 이번 정부안으로 25시간의 의무교육 시간이 8시간으로 대폭 줄게 됐다. 더욱이 기능시험이 도로주행시험으로 일원화 되면서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학과시험에 겨우 합격한 사람을 도로로 내 보내는 것은 교통정체는 물론 사고율을 높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까다로운 시험절차와 막대한 비용은 개선하면 된다. 겉모습만 보고 미국식 운전면허시험 제도를 따라하다가는 사고율만 높이고 결국 피해는 운전자들이 떠안게 된다.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행안부는 법제처 조사결과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한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에 달하지만 기능 시험을 폐지하는 등 개선안이 시행되면 절반으로 줄어 들 것이란 전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운전면허시험이 미국이나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에 따라 개선안을 내 놓게 됐다"며 "간소화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면허취득 비용의 60% 가까이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무교육 시간 단축은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 해 운전면허 학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는 "다년간 미국 운전면허시험제도에 대해 연구해 온 입장에서 이번 정부안은 미국 운전면허시험제도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됐다. 미국 운전면허 시험이 더욱 까다롭다. 도로주행시험에 응시하려면 적어도 야간운전 15시간 복잡한 도로운전 10시간 등 총 25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즉 검증된 사람만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며 "운전전문학원 수강료도 60불로 기본적으로 900불은 있어야 운전학원을 통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그래서 지인들로부터 강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충북 운전학원 수강료 전국 두 번째로 '저렴'
시험 간소화 되면 25만원 안팎까지 다운 기대
 
그럼 충북도내 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제도를 발표한 이후 경찰청이 지난해 3월24일 전국 415개 전문학원의 동의를 얻어 공개한 1종 보통면허 수강료 현황을 살펴보면 충남이 평균 64만7750원으로 가장 싸고 서울이 76만8571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서울이 충남 지역 수강료에 비해 12만원 상당이나 비싸다는 것이다.

충북은 수강료가 가장 저렴한 충남에 비해 3만4000원 정도 비싼 평균 64만775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 16개 시·도 중 두 번째로 수강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는 휴원 중인 청주 상당운전전문학원을 비롯해 모두 21개의 운전전문학원이 영업중이다. 이 중 지리적 여건에 따라 옥천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 수강료가 가장 저렴한 58만원을 받고 있다.

반면에 진천자동차전문학원이 가장 비싼 69만 1000원을 받고 있었다. 옥천운전전문학원은 산악지형에 위치한데다 인근 대전지역 운전전문학원과 경쟁하기 위해 수강료를 대폭 낮췄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천운전전문학원은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을 겨냥한 수강료 책정이란 설명이다. 즉 지리적 여건에 따라 10여만원 안팎의 수강료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제도로 면허를 따는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 기존보다 60% 가까이 줄어든 25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무분별하게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3회 이상 탈락 시 주행교육을 추가로 5시간 이수하게 하거나 1주일 정도 응시를 제한할 방침이다. 학과 시험은 전국 26개 시험장과 415개 전문학원에서 치를 수 있으며 기존 6개 외국어에 몽골어와 러시아어를 추가한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