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노컷 자료

민교협, '~살인적 경쟁 부추기는 서남표 총장 사퇴 촉구'

경철수 2011. 4. 11. 14:01

기자회견 일정
 

소위 '서남표식 대학 개혁'이 어린 학생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담한 상황에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경쟁'을 핵심으로하는 국립대 법인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생각하면 우려를 넘어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교수3단체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사퇴와 살인적 경쟁을 부추길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엽니다.
기자회견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제목 : 살인적 경쟁 부추기는 국립대 법인화 반대와 카이스트 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 일시 : 2011년 4월 11일(월) 오전 10시 30분
- 장소 : 서울대 행정관 천막농성장 앞
- 주최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 문의 : 김보경 민교협 사무국장(02-885-3680, 010-2981-2848)
- 참석 : 우희종 민교협 상임의장(서울대),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한신대),
           조돈문 학단협 대표(가톨릭대) 등
- 순서
1. 취지설명 : 장시기 민교협 공동의장
2. 대표발언 : 우희종 민교협 상임의장, 강남훈 교수노조 위원장, 조돈문 학단협 대표
3. 기자회견문 낭독 : 최갑수 서울대공대위 대표
4. 질의응답
 
기자회견문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즉각 사퇴하고, 모든 대학 당국은 “서남표”식 경쟁교육을 협력적 엘리트교육으로 전환하라!


  2011년의 반가운 봄날, 한 쪽에서는 꽃이 피고 있는데, 또 한쪽에서는 꽃다운 청년들이 사라져 갔다. 벌써 4명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대표했던 ‘서남표’식 경쟁 교육의 위험한 실험실이었다. 이 위험한 실험실에서 학생들은 ‘차등등록금제’라는 징벌적 등록금제와 영어몰입교육 등 유례없는 경쟁교육 실험실의 희생물들이었다. 이러한 경쟁기계를 양산하는 교육과정은 창의적인 과학자를 생산할 수 없다. 이 실험실의 학생들은 오로지 대학이라는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살아남는 기술만 배우고, 창의적인 능력은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서남표 총장은 자살의 원인을 ‘학생들의 의지 박약’에 있는 것처럼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는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것을 정신 자세의 문제로 돌린다면 우리가 왜 교육철학이나 대학제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가? 대학은 결코 회사가 아니고, 공장이 아니며, 더더욱 전쟁터가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사고의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가 아름답게 용인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연 현상의 법칙을 발견하며,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사유하고, 창조를 위하여 새로움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위대한 철학자, 예술가, 과학자, 그리고 사회 지도자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대학의 본 모습을 망각하고, 경쟁기계를 양산하려고 했던 카이스트는 우리 사회와 함께 대학교육정책을 반성하고, 한국의 대표적 고등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대학들과 카이스트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네 명의 학생들의 죽음을 불러온 사태에 대해 즉각적인 책임을 지고 서남표 총장이 총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만 한다. 서남표 총장이 이들을 직접 죽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대학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학생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교육정책의 환경을 제공한 것은 틀림이 없다. 네 명이나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했다면,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던 학생들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더 늦기 전에 이 비극적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남표 총장은 총장직을 사퇴하고 순수한 연구자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번 KAIST 사태는 대덕 캠퍼스에 한정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승자독식의 사회, 경쟁 제일의 사회, 패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 그저 카이스트 사태로 불거졌을 뿐이다. 이러한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방관만 했던 대학 담당자들과 교수들도 역시 반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조선, 동아 등)들은 그동안 ‘서남표’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년간 해왔으며, 이번과 같이 비극적인 사태에도 카이스트를 위시한 경쟁지상주의 교육정책에 흠이라도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봄에 아름다운 청년들이 죽음을 선택한 비극적 사태에 우리 사회는 공동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러한 책임을 지는 방식은 이 비극적 사태의 원인이 우리 사회의 내면에 각인된 경쟁 지상주의에 있음을 인정하고 상생과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카이스트 사태는 또한 대학 경쟁교육의 하나로 학문이나 학과의 구별이 전혀 없이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영어 식민주의 교육정책이 주된 원인이다. 지구촌 세계의 시대에 영어교육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한ㆍ유럽연합 FTA 협약서 번역”의 오류에서 보다시피 영어교육은 모국어 교육을 토대로 한 영어교육이어야지, 모국어를 등한시하는 영어교육은 식민지 언어교육일 뿐이다. 지구촌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 자기 나라의 문자 체계를 지니고 있는 나라가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나라는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그토록 영어를 중시하는 일본도 일어를 중심으로 하는 영어교육과 철저한 자국의 언어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 학문체제를 지니고 있다.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나라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들이거나 자기 나라의 문제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고 영국이나 미국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들뿐이다.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들은 영어몰입교육을 즉각 중단하고, 한글을 토대로 한 영어와 외국어 교육으로 당장 전환해야만 한다.

  영어몰입교육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때문에 꽃다운 중고등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마저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범죄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만 한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 지구촌 시대의 대학교육은 이미 보편적인 지구촌 시민교육의 일환이 되었다. 학문의 경쟁과 창조적 능력의 발휘는 각 전문적인 학문분야의 대학원 교육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대응하여 대한민국 대학교육과 학문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교수 학문 연구자들은 국적도 없는 식민지 영어몰입교육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대학들에게 한글을 토대로 한 영어와 외국어 교육으로 교육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 학문정책 담당자들에게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즉각 철회, 그리고 협력적 교양교육, 창의적 엘리트교육, 그리고 창조적 학문정책의 전환을 요구한다.

2011년 4월 11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ㆍ전국교수노동조합ㆍ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