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세상 돋보기

기숙형 고등학교 '되돌아오는 농촌' 견인

경철수 2011. 7. 11. 09:34

기숙형 고등학교 '되돌아오는 농촌' 견인
진천고, 정원채우기 급했는데…첫 서울대생 배출 '쾌거'
괴산고, '전국 150대 좋은 학교' 포함…입학문의 줄이어

 

도내 농촌지역의 기숙형 고등학교가 신흥 명문고로 부상하면서 농촌학교 살리기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흔히 떠나는 농촌에서 되돌아오는 농촌으로 탈바꿈 하면서 현 정부 들어서서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정부는 전국 86개 군 지역 가운데 79개 군에 있는 거점형 공·사립고 150곳을 기숙형 고등학교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기숙형고가 시골학교일 뿐이라는 편견 탓에 입학정원도 채우지 못했으나 요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좋은 면학 분위기와 교육 여건이 입소문을 타면서 신입생들은 입학경쟁을 해야 하고 인근 도시에서 우수한 성적의 중학생들이 앞 다퉈 지원하고 있다. 도내에는 모두 13곳의 기숙형 고등학교가 있다. 충주여고, 제천여고, 제천제일고, 청원고, 옥천고, 영동고, 진천고, 괴산고, 음성고, 단양고 등 10곳의 공립 기숙형 고등학교와 충원고, 보은고, 형석고 등 3곳의 사립 기숙형 고등학교이다. 이 중에서 기숙형 고등학교로 전환한 이후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 출신 학생의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진천고등학교와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지난 2009년 7월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되었던 괴산고등학교를 찾아가 봤다.<들어가는 말>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해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한국방송공사와 함께 전국 150개 좋은 학교를 선정해 박람회를 열었다. 이때에 전국 150대 학교에 선정되어 소개된 학교가 있다. 바로 한 학년 4개 학급, 전교 학생 400여명, 교직원 40여명에 불과한 괴산고등학교다. 괴산고는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정원을 채우기 급급했고 학습 분위기 또한 어수선했다. 재학생들은 청주 등 도시로 진학한 학생들에 비해 자신이 뒤처져 있다는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9월 기숙형 공립교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지역 중학교를 졸업하는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눈길을 보내고 있고 타 지역에서도 수시로 고교입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귀농하려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여건을 알아보기 위해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한다. 한 달 전에도 귀농을 생각하는 부모가 학교 주변경관과 이 학교의 자랑인 괴정학사(기숙사)를 둘러 본 뒤 입학을 희망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이미 괴산 칠성에 귀농촌을 구성해 거주하고 있는 자녀들 2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 중 한명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귀농·입학상담 줄이어
매년 9월 중순이면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학 연수를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바로 개교 35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공립 기숙형 고등학교인 진천고등학교다. 지난해에도 진천중학교 다목적교실에서 250여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학 연수가 개최된 바 있다. 당시 냉방기 가동이 안 되어 매우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학부모 대부분이 자리를 지킬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는 후일담이다.

또 같은 해 10월 초에도 진천중학교와 진천여자중학교의 우수 학생 25명을 점심시간에 따로 모아 학교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질문이 끊이지 않아 당초 예정했던 30분이 훨씬 초과한 오후 3시(5교시)에 겨우 끝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기숙형 고등학교인 진천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08년 7월 기숙형 고등학교로 전환된 진천고도 이전에는 정원 채우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인문사회, 외국어 집중, 과학 기술반 각 학년 7개 학급에 총 696명의 학생이 60여명의 교직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의 자랑인 웅지관(기숙사)은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으로부터 벗어나 공부에 전념하게 하면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인 서울대에 지역출신 학생이 입학하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교 36년만 서울대 입학
진천고 신현대 교장은 "과거 1996년과 2002년에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외지에서 전입한 학생들로 진천 관내 중학교와 진천고를 졸업한 학생으로서 서울대학교를 진학한 학생은 지난해 송영광 학생과 올해 김지은 학생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고향이 초평면과 광혜원면으로서 통학거리가 멀어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 것이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 기숙형 고등학교는 기숙사 내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인성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공교육 정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괴산고 박성훈 교장은 "지난 2009년 9월 기숙형 고교로 전환된 괴산고는 매년 괴산군으로부터 기숙사 운영비, 학력신장 지원비, 우수대학 진학 학생 장학금 지원 등을 해 오면서 중학교 내신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도 주관 대회에 참가 조차 어렵던 학교가 올해 충북도 고교 탐구실험대회 장려상, 창의력 챔피언 대회 고등부 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전했다.

또 기숙형 고교 전환 이후 흔히 말하는 서울권 명문대학에 3명 이상이 꾸준히 진학하고 있다. 이는 진천고도 마찬가지로 진천군이 지원하는 연간 2억 원으로 학생들이 웅지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진천읍내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연건장학금'을 500만원씩 모두 3명, 100∼150만원의 장학금을 25명의 학생들이 받고 있다. 수업료 면제 등의 혜택을 따져 보면 전교생 80% 정도가 장학생인 셈이다.


"졸업생 자랑스러워하는 명문 만들 것"
신현대 공립 기숙형 진천고등학교 교장

 

진천고 신현대 교장은 기숙형 고교로 전환된 이후 학부모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의 성공한 정책 중에 하나로 본다"며 "농촌지역 고등학교를 명문화 시켜 지역 사회 인재의 타 지역 유출을 막고 지역사회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결실을 보고 있다. 기숙사 내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인성 프로그램 운영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형 고등학교는 원거리 통학으로부터 학생들이 벗어나 공부에만 전념하고 성적이 우수한 기숙사생끼리의 선의 경쟁과 수준별 수업이 제공되어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 진학이 늘어나면서 지역 명문고로 발돋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여기에 폭력과 휴대전화, 흡연 학생이 없는 '3무 운동'과 등굣길 인사 나누기, 매일아침 한 줄 일기쓰기 등이 반성하는 생활 태도를 갖게 하면서 인성과 학력제고라는 2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졸업생이 모교 강단에 다시 서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다양한 체험형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