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만난 사람

충청리뷰가 뽑은 2011년 학술상 김윤배 교수의 속앓이

경철수 2011. 12. 30. 11:18

 

 

충청리뷰가 2011년 한 해를 보내면서 올해의 학술부문 어워드로 선정한 충북대학교 수의과대 김윤배 (47·사진)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합성해 노인성 치매치료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죠.

사실 치매는 50% 이상이 80세 이상의 초고령자에게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수애의 눈물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천일의 약속'에서 보듯이 젊은이들도 많이 걸리고 있어 사회적으로 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쯤이면 사람의 기억을 앗아가며 심신을 황폐하게 하는 치매치료의 성과를 낸 김 교수의 업적이 얼마만큼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사실 김 교수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14년간을 재직하면서 신경가스연구를 해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 보고 싶어 충북대 수의과대를 지원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치매 노인을 위한 것도 있지만 소아 뇌성마비로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연구이기도 했답니다.

인류를 위한 신 에너지 연구에 몰두하다가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을 만드는 시초를 제공한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의 연구가 성공한데는 그가 실험쥐 모델을 갖고 있었고 다행히도 캐나다의 한 연구기관이 15년 전 숨진 태아의 뇌에서 채취한 유전자 시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캐나다, 일본의 힘이 합쳐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연구도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적어도 3개 기관에서 90명 이상의 샘플링을 통한 임상실험 결과가 정상적으로 나올 때에 일반의약품으로 시판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뭐든지 최초이면 천대받는 우리나라 의과학시장에 대해 그는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생산하기 보다 저작권이 풀리는 의약품에 대해 15년을 기다렸다가 대량 복제를 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의과학시장의 미래가 어두울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과의 FTA비준안 통과는 우리의 의과학시장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기약없는 연구보다 3개월 연구로 시판이 가능한 기능성 건강음료를 만든는 것을 학자들은 더 선호한다는 웃지못할 세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자신도 장미꽃에서 추출한 숙취해소 음료와 헬리코박터에서 추출한 천연방부제에 관심을 갖고 최근 나온 성과물에 대해 특허출원을 해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특히 치매치료약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기세포 배양을 통한 후속연구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임상시험 허가는 나와도 시판은 금지된 우리나라 토양에선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더욱이 식품회사나 제약회사의 관심부족과 지원미비도 연구의 계속성을 보장받기 힘들어 외국투자자를 찾아 나설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을 쉬기까지 했습니다.

한 식품회사는 관심을 보여 전화를 했다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중국 투자자가 나서 업무협약(MOU)체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 교수는 우리의 지적재산이 외국으로 빼앗기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신경세포연구가 성공하면 척수장애환자 등 수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된 선구자들의 잘못된 길로 인해 학자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것입니다.

유명세라면 지난 10월말 보도이후 조교가 200여통의 전화를 받느라 수고한 것이라고 합니다. 버릇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모두 연결 시켜 받은 전화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주사를 놓아 달라는 얘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임상실험이 남아있다는 말로 달래느라 혼쭐이 낫다고 합니다. 유명세라기 보다 일일이 설명하느라 고충이 더 컸다는 얘기입니다.

그의 말 속에는 우리 의과학시장의 문제점이 너무도 잘 녹아 있습니다. 기약없는 연구보다 3개월 수고해 기능성 음료 만드는 것이 더 돈이 되는 곳이 우리 대한민국이란 얘기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놀라운 연구성과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에 중국과 일본 등에 빼앗기고 있다고 합니다.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왜 신경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러 중국을 찾는지 아느냐는 것입니다. 그나라는 규제가 심하지 않고 항공료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