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노컷 자료

충북대 인문대·사회대 교수회 보도자료 (2012. 2. 19)

경철수 2012. 2. 20. 09:20

충북대 인문대·사회대 교수회 보도자료 (2012. 2. 19)

충북대 총장실 항의방문 취재 보도 요청:

안녕하십니까?
충북대 인문대교수회와 사회대교수회 소속 교수들은 2월 21-22일에 총장이 시행하겠다고
공고한 투표가 투표일정, 투표문항, 투표방법에 걸쳐 기본요건을 심각하게 결여하였으며,
구성원의 총의를 정정당당하게 묻는 것이 아니라 투표를 가장하여 총의를 조작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보이콧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총장실을 항의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인문대 사회대 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학 교수님
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동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월 20일 11시에 충북대 총장실 항의방문을 취재·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2. 2. 19.

인문대교수회장 이익성
사회대교수회장 서관모


날치기 투표거부와 불참만이
법인화를 막는 길입니다.

충북대 구조조정의 실체와 대상(필독)


■ 핵심사항
1. 총장간선제(공모제)는 법인화를 위한 교두보
2. <충북대학 자체구조조정 검토안>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의대, 수의대, 사범     대, 약학대, 전기전자통신컴퓨터대학, 사범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이 포함.


    김승택 총장이 강행하는 투표의 부당성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자료에서는 총장간선제, 법인화, 충북대학자체구조조정의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총장간선제는 법인화를 위한 교두보이고, 본부가 계획하고 있는 <충북대학 구조조정>은 단과대학에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불합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투표에서는, 투표거부만이 충북대학과 각 단과대학의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내용이 길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 두 가지를 첨부하였습니다.
 
  첨부자료: 1. 교무회의자료-교과부의 충북대학교 컨설팅 결과 중간보고서
  첨부자료: 2. 교무회의자료-구조조정 요약 및 충북대 검토안
           (3~4쪽: 컨설팅 중간보고서 요약문/5쪽: 충북대학자체구조조정 검토안)


    모든 교수님들이 <총장선출방식> 선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과부가 요구하는 법인화와 대학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정보도 별로 없고 논의도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법인화와 교과부의 구조조정계획이야 말로 단과대학, 학과, 교수님들께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 12월, 교과부 컨설팅팀이 우리대학에 대한 컨설팅을 하였고, <중간보고서>를 공개하였습니다(이 중간보고서는 교무회의 자료로서 학장님들을 통해 각 단과대학에 배포). 대학본부는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충북대학교 자체구조조정 검토안>을 만들었고, 이것을 2012년 1월 26일 교무회의에 심의 자료로 제출했습니다(이 문건도 학장님들이 교수님들께 배포). <검토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짙게(파랗게) 줄 표시한 항목을 특히 꼼꼼히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충북대학자체구조조정 검토안
1. 총장선출방식
2. 학장 및 학과(부)장 선출방식
3. 국립대학 법인화: 법인화에 대한 결정은 대학 결정에 의해 추진
4. 수익개선 활동 활성화
5. 인사제도
6. 학사운영
7. 2000년대에 국공립대학 통합 흐름에 참여하지 않음
8. 법, 의학, 수의, 사범, 약학 등 고비용의 학과 다수 존재
9. 의학과 교원 1인당 학생수가 낮음
10. 전기전자통신컴퓨터 관련 학과들의 효율성이 낮음
11. 사범대학의 학과들을 교원수급계획에 맞추어 구조를 개선
12. 농업생명과학대학의 학과의 효율성과 효과성 검토필요
13. 학과 구조조정 관련 학과평가 우수사례를 참고하여 학과구조조정
14. 종사하게 될 직업군에서 필요한 학습성과중심의 학과체제 구축이 필요

 

1. <총장간선제>와 <법인화>와의 관계

    첨부해드린 <교과부 컨설팅 중간보고서>, <컨설팅 중간보고서 요약집>, 이에 근거하여 마련된 <자체구조조정 검토안>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 자료를 검토할 때 교과부의 목적은 법인화에 있고, 우리 대학의 <검토안>도 그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장기 계획이고 대학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지만, 법인화가 교과부의 목적임은 명백합니다.

    강원대학교의 예를 들겠습니다. 지난 1월, 강원대는 투표를 하루 앞두고 총장공모제 지지측에서 교과부에 <공모제와 법인화>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을 보냈고, 교과부는 “관련이 없다.”는 답을 보냈습니다. 이 답변이 강원대 투표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대학 본부도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강원대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매우 많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허구입니다. 왜냐하면 자료가 보여 주듯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총장간선제>와 <법인화>의 관련성은 명백합니다. 직선제 총장 하에서도 교과부의 압력은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교과부의 영향을 받는 김승택 총장 하에서도 압력이 강한데(컨설팅 중간보고서에 ?충북대 총장은 직선제폐지 수용의사 있음?으로 평가됨), 하물며 2년 후 선출될 간선제 총장 하에서 교과부의 법인화 압력에 저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법인화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들이 있어,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총장간선제>는 곧 <법인화>를 위한 교두보가 되고, 그것은 위의 문서들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 일단 말씀드립니다.
 
 
2.?충북대학교 자체구조조정 검토안?에 나타난 단과대학의 피해예상

    법인화보다 교수님들 개인에게 더 즉각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단과대학의 구조조정입니다. <검토안>은 구조조정 대상 단과대학으로 고비용대학(법, 의학, 수의, 사범, 약학), 전기전자통신컴퓨터대학, 사범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였습니다. 구조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아, 그 실체를 알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 학과 통폐합, 강의통합운영, 교수 및 학생 감축 등이 포함되리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자체구조조정 검토안>에 언급되지 않은 단과대학이나 학과들도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대학본부가 어떤 단과대학·학과를 구조조정 대상에 넣을 것인지는 최종안이 나와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하건데, 대학본부는 2월 말에 <검토안>을 토대로 작성된 <충북대학교구조개혁안>을 교과부에 제출할 것입니다. 만일 교과부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우리대학과 MOU를 체결하면, 우리대학은 어쩔 수 없이 가혹한 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어떤 단과대학도, 학과와 교수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총장직선제>를 지켜내면 상황은 다릅니다. 우선 우리는 대학본부의 무모한 계획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각 단과대학의 교수님들, 특히 학장님들이 김승택 총장에게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 내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럴 때에만 바람직한 대학발전 방향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총장직선제>가 유지되고, 총장이 교과부의 강압이 아니라, 충북대학 교수님들의 정당한 요구를 따를 때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럴 때 <대학의 자율성>이 실현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총장선출방식>의 문제에 매달려, 무엇보다 중요한 법인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를 소홀히 하였습니다. 대학본부는 직선제로 입게 될 불이익을 말하고 있지만, 간선제(공모제)의 폐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습니다. 불행한 일입니다. 간선제(공모제)의 폐해는 크고 지속적이며 근본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가 교수님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생처장직을 사퇴합니다

학생처장직을 맡았던 중어중문학과 배득렬입니다. 지금 저는 비통한 마음으로 보직을 사퇴하는 심경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11월 15일 교수회의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총장님은 본부 3처장들의 사표를 받으시고 저에게 학생처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총장직선제에 대한 생각이 총장님과 다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보직제의를 사양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총장님의 간곡한 요청에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참모진 사이에 균형 잡힌 시각과 교수회와의 소통 역할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보직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총장님을 도와서 대학본부가 정상적인 업무만큼은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 결심의 배경이었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저는 투표를 통해 절대 다수 교수님들의 의견이 분명히 드러난 이상 그 문제로 재투표를 실시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교과부와의 관계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하고 지역사회의 힘을 모으는 정치적 접근 등 다양한 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총장님께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대학본부의 사정을 제 시각에서 보면 교수회와 실질적인 소통을 시도하거나 외부의 협조를 구하는 노력은 전무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신에 일주일에 두 번씩 교무회의를 강행하여 재투표의 논의에 불을 지피고, 단과대학의 직선제 폐지 세력을 결집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2월  일자 교무회의에서 총장님은 재투표를 안건으로 제출하고 결정하셨습니다. 구성원들 사이의 분열과 내홍을 불러 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재투표가 결정된 상황에서 제가 본부에서 할 역할이 없어졌다고 판단되어 교무회의 석상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다음날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사표 제출 이후 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혔으나,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제가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2월 16일 오후 늦게 발표된 투표공고문을 보고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최고의 지성인들이 근무하는 국립대학교에서 학교의 명운이 걸린 사항을 결정하는 투표가 이 지경으로 엉성하게 시행될 수 있는가? 방학 중 그것도 휴일 이틀이 포함된 닷새의 공고기간에 투표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교수님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초등학생 대상의 설문지 문항으로도 부끄러울 수준의 투표문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투표관리위원회도 구성하지도 못하고 투표공고문을 보내는 일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위원장도 없고 위원도 없는 투표관리위원회는 유령단체입니까? 공고문에 자세한 사항을 문의하라고 적어놓은 투표상황실의 전화번호 두 개는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도대체 본부의 일처리가 이처럼 형편없을 정도로 충북대 행정력이 망가졌단 말입니까?
충북대 구성원 모두에게 생소한 전자투표의 공정성은 누가 보장합니까? 투표업무는 민간회사에 위탁한다고 합니다. 그 회사가 얼마나 공신력을 갖춘 회사인가를 구성원들은 아무도 모르고 검증하는 절차도 없었습니다. 총장직을 걸고 직선제 폐지를 선언하셨던 총장님이 위탁하신 회사가 공정하게 투표업무를 수행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투표일정, 투표문항, 투표방식 모두 터무니없는 투표가 일방적으로 강행된다면 충북대 구성원 전체를 우롱하는 것이며, 투표 자체가 충북대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본부는 졸속하게 투표를 강행하려 온갖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요? 총장님은 우리 대학의 자체구조조정안 제출 일정 (2월 29일)과 2개의 국책사업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사업 및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사업)의 평가 일정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대학이 자체구조조정안에 지배구조부분을 빼고 제출한다면 교과부는 그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우리는 4월말까지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교과부에 항복을 하고 MOU를 체결한 강원대학에는 지금 현재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시작되어 학교 전체가 갈등에 빠졌습니다. MOU를 체결하거나, 체결하지 않고 버티다가 5월 이후 강제적으로 시행되거나 간에 구조조정의 내용은 실질적 차이가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밀어 부칠 교과부의 힘은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현 시점에서 그 매는 빨리 맞는 것보다 늦게 맞는 것이 유리합니다.
국책사업평가와 관련하여 총장님의 걱정은 이해가 됩니다.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사업의 경우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된 대학은 신청자격이 없고 산학협력선도대학의 경우 간접적인 피해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프로젝트 사업을 따는 것 때문에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총장님의 판단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부당한 평가로 인한 부실대학 판정이후  우리대학은 끝임 없이 소위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고, 학내 구성원들은 찬반으로 갈라져 갈등의 골을 깊고 넓게 갈아왔습니다. 지난 2학기 대학본부가 연속으로 범한 실수로 야기된 혼란이  재투표를 강행하는 이 시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과부는 도세와 정치적 저항력이 가장 미약하다고 계산한 충북대학교와 강원대학교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립대학 전체의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그리고 두 대학의 본부는 모두 이 꼼수에 휘말려 멀리 내다보지도 못하고 직선제폐지를 통해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개선의 명목으로 강요되고 있는 총장공모제 내지 간선제의 궁극적 목표는 법인화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처럼 지난 해 충남대, 부산대 그리고 경북대에서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법인화가 저지되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교과부가 시행한 대학평가는 저지된 법인화 작업을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일종의 꼼수입니다.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에 먼저 공모제를 강요하고 이를 통해 전국의 국립대학에 도미노처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대학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교과부의 구조조정의 핵심은 법인화를 통한 공교육의 ‘재정부담 줄이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 상항의 우리 대학이 고심하여 선택할 사항은 ‘30-50억 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인가’ 아니면 ‘법인화를 저지하는데 노력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법인화가 야기할 문제는 이미 충분히 논의된 바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올라가는 등록금에 허덕일 것이고, 직원은 모두 법인 소속으로 재배치되어 ‘법인의 시녀’로 전락할 것이며, 교수는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비인기학과와 학문이 소외되어 학문투자의 균형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인화된 충북대학은 거점국립대학의 위상을 잃어버림으로써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법인화를 저지하는 유일한 버팀목은 총장직선제이며, 교과부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온갖 억지를 부려가며 직선제를 폐지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총장님의 결정은 충북대학의 미래에 큰 불행을 초래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한 집단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는 단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긴 역사의 바탕 위에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이 차곡차곡 싸이고, 그 위에 현재의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혜가 보태져 자라나게 됩니다. 충북대학교라는 브랜드는 곧 충북대 구성원들의 자존심으로 직결됩니다. 
저의 아버님은 충북대학 1회, 숙부님은 7회 졸업생이십니다. 충북대학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두 분은 제가 충북대학교로 진학하게 이끌어주신 제 삶의 멘토셨습니다. 허나 지금 저는 돌아가신 두 어른께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충북대학의 위상을 바르게 세우려 흘렸던 그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이 사라지려고 하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없기 때문에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지켜내지 못할까 두렵고, 지켜내지 못하면 부끄러워 성묘를 가서도, 제사를 지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지금 충북대학은 거점국립대학의 위상을 상실할 수 있는 커다란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충북대학교의 모든 구성원 여러분! 한 번만 더 깊이 생각해 주십시오. 과연 충북대학이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이후 어디로 가야할지 단 10분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는 앞으로도 충북대학교의 찬란한 역사를 계속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충북대학교가 법인화가 되고, 간선제 총장들이 들어서서 학교를 난도질 할 때,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성인’의 허울을 쓰고 단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쫌팽이로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 없는 존재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직선제 총장이 있는 지금도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데, 간선제 총장이라니요? 과연 그들이 우리 학생들을 위해, 교직원을 위해, 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까요? 시퍼런 장검을 휘두르는 교과부의 강압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요? 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명분도 실리도 분명한 사안에 대하여 그간 우리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러다가 현재는 투표 같지도 않은 투표를 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투표를 거부해 주십시오. 과반수 참여로 성립되고 참여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결정되는 투표에서는 참여해서 반대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습니다. 직선제 폐지론자들이 대거 참여하게 될 투표에서 투표만 성립시켜주고 표결에서는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예상되는 작은 손실에 겁먹고 눈앞에 떠오르는 작은 실리에 눈멀어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충북대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허물어버림으로써 커다란 실리를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비굴한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변명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변명은 역사가 증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어떤 선택이 우리 충북대학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차가운 이성으로 10분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비통한 심정으로

배득렬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