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세상 돋보기

대입특별반 '공교육속 사교육' 비리 온상

경철수 2010. 3. 23. 18:46

대입특별반 '공교육속 사교육' 비리 온상
철저한 수익자 부담 관행적 묵인… 유명 학원 강사까지 초빙
학생·교사 서열화 부작용… 강의료 탈세 등 차라리 양성화
2010년 03월 17일 (수) 09:23:36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공교육 속의 사교육이라 불리는 대입특별반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차라리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양성화 시키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 인문계고 대입특별반 들여다보니…>'공교육 속의 사교육 현장'이라 불리는 충북 도내 인문계 고등학교 대입특별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가 보장되는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이해 하지만 일명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몇명의 학생을 보냈는가를 놓고 판가름을 하는 학교 및 학생의 서열화 현장은 유명 학원 강사까지 초빙해 수업을 하는 실정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얼마 전 26.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된 KBS월화극 '공부의 신'을 연상케 한다. 전교 꼴찌 5인방이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공부란 올바르게 인생을 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란 교훈을 주고 종영됐지만 유명 학원 강사들을 학교로 끌어들여 반복되는 문제풀이와 공부비법을 전달하면서 공교육을 사교육화 했다는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 11개 교육청 관할 고등학교는 83개교로 전문계고 29개교를 제외한 인문계고 54개교 대부분이 대입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주고 문봉학사, 충북고 청운반, 신흥고 학사반, 충북대부설고 가경반, 세광고 한빛학사, 운고 우정학사, 청석고 성적우수자 기숙특별반, 충주고 고SKY백, 청주여고 백합학사, 일신여고 일신학사, 충북여고 목련반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서울대를 2년째 10여명 이상 보내면서 최근 사학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 인문계 고등학교는 1∼3학년 성적우수자 대입특별반을 학년별로 각 40명 안팎 운영하면서 5명 안팎의 유명 학원 강사까지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규 수업에 특별반 수업 지도까지 병행할 경우 국·영·수 등 주요과목 교사들의 수업시수 및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게 표면적인 이유다.

 

공부비법 전수받으려 학원강사 모시기
하지만 이면엔 성적우수 학생들에게 유명 학원 강사들의 공부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자모회의 결정이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시간외 수당을 받아 가며 학습지도를 하는 정규 교사와 달리 이들에겐 자모회가 추렴해 제공하는 강의 수당이 제공된다는 얘기다. 물론 국·영·수 주요 교과목 정규 교사들도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시간당 적게는 3만원에서 5만원까지 강의 수당이 제공되고 있다.

문제는 학교 행정실을 통해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모회와 동문회 등을 통해 추렴된 돈이 학년부장을 통해 교사들에게 직접 지급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운영 되면서 학부형들에 대한 부담은 물론 과목별 교사들 간에 강의료 차이로 또 다른 서열화와 이질감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교사는 "1시간당 3만5000원을 받고 일주일에 2시간씩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지도를 하면 14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며 "이는 한 달이면 56만원, 10개월이면 560만원이 된다. 하지만 어느 학교는 1시간당 7만원을 받다가 문제가 되자 5만원으로 내려서 받고 있다. 이는 교과목 담임에 대한 또 다른 서열화를 부채질하면서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익자 부담원칙이란 미명아래 묵인되는 대입특별반은 사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교육장에서 불법과외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아이들과 교과목별 교사들은 차별을 받고 정규교사가 불법과외로 벌어들이는 강의료는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아 탈세 의혹까지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과목 수업시수 부담 수업질 저하
이어 "입시반으로 들어가 보면 어느 학교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2개 반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엄격히 따지면 2∼3학년 4개반, 1학년 1개반 등 5개 반이 운영되는 것"이라며 "수업 시수가 늘어난 교사는 업무 과중으로 피로가 산적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냐. 일부 교사는 안 받고 안 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사는 "수업 시수가 과중한 교사의 수업의 질도 문제지만 공교육의 방향이 SKY반과 명문대 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며 "단적으로 충주의 명문고 충주고는 SKY대에 100명을 보내자는 고SKY백이란 대입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온통 관심과 정책, 지원이 대입특별반으로 쏠리면서 대부분의 학생이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년별 연간 8∼10여 차례 치러지는 모의고사 중 절반은 사설모의고사로 문제집 구입비중 10%를 할료로 적립해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연말이나 봄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까지 다녀온다"며 "심지어 자모회나 동문회가 월 50만원 안팎 후원하는 돈은 학년 교무실 운영비와 연간 2차례 특별반 아이들 간식비(14만원 상당)를 제외하곤 연말과 연초 교사들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되는 등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일부 교사들은 "행정실이 특별반 운영비를 학부형들로부터 걷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치는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탈세 등 각종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청주의 한 여자고등학교는 지난 2008년 이 같은 회계처리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시행 1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투명한 운영 차라리 제도적 양성화"

해당 학교 관계자는 "운영상의 문제가 있어 원래대로 돌아가게 됐다"며 "1시간당 3만원의 강의료를 제공했는데 정상적으로 세금내고 식비에 교재 연구비 등을 제외하다 보니 남는 것이 없어 수업을 하려는 교사가 없었다. 결국 교사들의 대우를 높여주고 다른 학교와 형평성 등을 맞춰 주기 위해 자모회 등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관행적으로 묵인되며 운용되어 왔기 때문에 행정지도가 어려움이 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공교육 현장의 사교육을 통한 서열화는 지양해야 하지만 학부형들의 교육열을 고려할 때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원연합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강남 8학군 정도나 사교육비가 높지 청주의 웬만한 입시학원은 19만원 안팎에 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며 "오히려 학교가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잡아두고 학습지에 인터넷 및 EBS교육까지 활성화 되면서 (영업시간 제한을 앞둔)학원들만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