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세상 돋보기

오갈데 없는 장애인펜싱 선수단 '어찌할꼬'

경철수 2010. 4. 20. 16:52

오갈데 없는 장애인펜싱 선수단 '어찌할꼬'
곁방살이 운동하던 근대5종경기장 시설노후로 철거예정
도체육회 "내 자식 챙기기 버겁다"… "스포츠센터등 활용"
2010년 04월 13일 (화) 18:05:28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청주체육관 인근 체육공원내에 설치된 근대5종 경기장(가설건축물)이 시설 노후로 올해 안에 철거될 예정인 가운데 이 곳에서 운동을 해온 장애인 펜싱 선수단이 오갈곳 없는 신세에 놓였다.

<말로만 장애인의 날?>청주시가 시설 노후를 이유로 올해 안에 청주야구장 인근 체육공원에 있는 근대 5종 경기장을 철거하기로 하면서 장애인 펜싱선수단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근대5종 경기장은 지난 2007년부터 관리권자인 충북도체육회의 배려로 청주시 장애인 펜싱 선수단이 운동을 해 왔다.

그렇지 않아도 운동할 시설이 마땅하지 않아 곁방살이를 해 오던 청주시 장애인 펜싱 선수단은 오갈 데 없는 신세에 놓이자 대체 운동시설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근대5종(사격, 펜싱, 수영, 육상, 승마) 경기장은 지난 92년 5월30일 청주시 흥덕구 산167 부지 4490㎡에 연면적 432㎡ 규모의 가설건축물(조립식 판넬)로 지어졌다.

당초 이 건물은 흥덕구청 신축으로 허물게 된 충북도체육회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하지만 95년 8월에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에 충북체육회관이 건립되어 도체육회가 이사를 가면서 2004년 말까지 레슬링 선수단의 훈련장으로 이용돼 왔다. 레슬링 선수단은 2004년 충북에서 열린 전국체전이 끝나면서 충북스포츠센터 내로 훈련장을 옮겼다.

이후 이듬해인 2005년부터 최근까지 근대5종 선수와 청주시 장애인펜싱선수들(11명)의 훈련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청주시가 시설노후와 안전 등을 이유로 올해 7월쯤 수탁자인 도체육회의 동의를 얻어 근대5종경기장을 철거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청주시 장애인펜싱선수단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올해 철거비용 2천만원 세워"
실제 청주시는 올해 3월 본예산에 관련시설 철거비용 2000만원을 세워 놓고 있는 상황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운동시설이 부족한 청주시 장애인펜싱선수단의 딱한 사정은 안타깝게 생각 한다"며 "관리권자인 도체육회에 안전시설물의 철거협조를 의뢰한 상태다. 운동시설 마련은 도 체육회의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7월쯤 철거를 못 박은 것은 아니다"며 "도 체육회가 근대5종 경기장을 비워주는 대로 올해 안에 철거에 들어간 뒤 체육공원으로 원상복구 할 계획이다. 만일 올해 안에 예산 집행을 하지 못하면 관련 예산은 불용예산으로 반납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 예산을 다시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반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체육회 관계자는 "근대5종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다가 올해 말쯤 인근 다목적 체육관인 충북스포츠센터나 청주종합운동장의 일정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며 "근대5종 선수들의 훈련장소를 찾는 일도 버거운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청주시 장애인펜싱선수단까지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도 체육회 유경철 사무처장은 "도(道)하고 협의해서 충북스포츠센터 내에 펜싱경기장의 일정 공간을 근대5종 경기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청주종합운동장은 현재 활용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장담하기 힘들지만 큰 틀에서 장애인펜싱 선수단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보겠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근대5종 전용경기장과 장애인전용체육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道, "장애인전용체육관 건립 공감"
청주시장애인펜싱선수단 한 관계자는 "청주종합운동장에는 각종 스포츠연맹이 사용하는 사무실 이외에 한 때 지체장애인협회가 쓰던 사무실이 창고로 이용되고 있다"며 "경사로까지 만들어져 있어 조금만 손을 보면 장애인선수들이 맘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충북도와 유관단체가 맘 편히 운동할 수 있는 대체 운동시설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근대 5종 경기장과 장애인전용체육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금년 예산은 모두 편성된 상태이고 도체육회와 도장애인체육회가 적합한 부지를 골라주면 국비확보를 통해 관련 체육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미 협회 사무처장들이 도에 건의를 한 상태라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올해로 4년째인 장애인 체육이 연륜이 짧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기존 체육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보수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조덕현 사무처장은 "단기적으로 충북도와 협의해 곰두리 체육관이나 충북스포츠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전용체육관 건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북교육청에서 다목적 장애인학생체육관 건립을 추진하는 만큼 올해만 지나면 별 어려움 없이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오창 장애인학생체육관 조속히 건립해야"
조덕현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 조덕현 충북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조덕현(63·사진)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교육청이 청원군 오창읍 유리에 건립을 추진중인 장애인학생체육관이 빠른 시일 내에 건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처장은 "오는 15∼16일 교육위원회 추경예산심의가 남아 있지만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그럼 올해 안으로 사실상 장애인전용체육관이 건립되어 내년쯤이면 각 종목 장애인 선수단이 운동시설이 없어 연습을 못하는 설움은 해소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심의가 일정대로 통과되어도 토지수용과 기초설계 및 용역발주까지 첩첩산중이다"며 "늦어도 내년 초 착공과 내년 말 완공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당장 내년 전국체전을 대비해 올해 운동할 대체시설 마련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중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은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14개 시·도에 24개 시설이 있다.

충북에도 지난 1999년 2월14일 지어진 곰두리 체육관이 있다. 하지만 안종태 관장은 "곰두리 체육관은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지어진 체육시설로 장애인 생활체육이나 전문 체육인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충북장애인체육회는 충북 인구 150만명의 5.3%에 이르는 4000명 정도를 장애인체육 선수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충북장애인체육회가 공식 출범한지 3년이 지났지만 11개 시·군 지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현황파악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 올해 충북도 21개 가맹경기단체 등록 선수단은 347명이다.

이 중 동계종목인 빙상과 스키 선수는 전무한 상황이며 볼링과 조정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체육시설 이용이 비교적 용이한 론볼이나 테니스 등은 정작 선수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충북장애인체육회는 지난해 9월 경북에서 열린 제 27회 장애인체전에서 종합3위를 기록했다. 조 사무처장은 "장애인전용체육관은 단순 운동하는 장소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꿈과 희망을 되찾는 교감의 장소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