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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 이의신청 어렵고 자구책 무시한 '일방통행'

경철수 2010. 9. 15. 09:27

이의신청 어렵고 자구책 무시한 '일방통행'
교원양성기관 재평가·학자금 제한대출 대학 '볼멘소리'
"지표점수 미공개 자구노력 곤란"… "지방대 차별"주장도
2010년 09월 14일 (화) 16:00:09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지난 8일 오후 청주 서원대 미래창조관에서는 사범대학 교수들이 모인 가운데 전국 교원양성기관 평가 결과에 대한 보고회 및 대책회의가 열렸다.
<대학구조조정 소통 불능 논란>정부가 각종 대학평가를 통해 사실상 부실대학을 퇴출하려는 것과 관련해 지방대학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의 경우 경쟁력을 위해 정원 조정과 학자금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으나  일관성 없는 평가 척도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불공정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학자금 제한대출 대상 학교 87%(26개소)가 지방대학이란 점이다. 또 앞서 발표된 교원양성기관 평가의 경우 등급 발표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평가 지표 점수가 통보되지 않으면서 해당학교들이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일부 대학은 지표점수 공개가 늦어지자 아예 이의신청을 포기하고 내년 7월 이전 재평가 준비에 들어갔다. 또 일부 대학은 '평가결과통보가 늦어져 이의신청을 하기 힘들다'는 이의신청을 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학자금 제한 대출 대상 학교 선정 발표도 일주일 이전에 이의신청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제출한 자구책 마련 계획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학자금 제한대출 대상학교를 전국 대학 하위 15%에서 10%로 완화 발표하면서 사실상 정보공시 이외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이의신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단 해당 대학들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수시전형 입학 접수 하루를 앞두고 발표된 등록금 제한 대출 대학 결과가 신입생 모집에 악영향이나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제한대출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의 경우 학교가 적극적으로 보존해 주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당학교들은 수시 접수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난 17일 현재 예년에 비해 접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했다.

다만 이달 말까지 수시 접수가 진행되는 터라 막판에 접수가 밀리는 점을 감안할 경우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해당 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부실대학을 기피하는 신입생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이 부실대학 졸업생이란 낙인에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해당 대학들은 더욱 걱정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학과 재개편 움직임
여기에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정원 감축 대상 또는 대학원 폐지 대상 학교에 포함된 사범대 또는 교육대의 경우 정원 감축이 재정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대학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지방대학 대부분이 학생 등록금으로 재정수익을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경쟁력이 있는 일부 학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으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주대 관계자는 "평가결과통보는 요청해 놓은 상태다. 지표점수 발표 없이 등급 발표만 해서 이의신청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의신청 없이 최종결과가 발표되면 진행 일정에 따라 내년 5∼6월중 재평가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주대는 지난달 27일 발표된 사범대 평가 학부과정에서 서원대와 함께 C등급을 받으면서 내년 7월까지 재평가를 받지 않을 경우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교직과정 평가와 교육대학원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재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경우 각 D등급을 받아 정원의 50%와 양성기능이 폐지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전임교원 확보율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사범대학 5개 학과에 대한 평가 점수를 끌어 올리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전임교원 연구실적이라든지 교원 임용률, 재학생 및 졸업생의 만족도 등 미진한 점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번 정부의 교원양성기관 평가는 대학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 △교원 임용률 △전임교원 1인당 연구실적 △재학생 및 졸업생 만족도 조사 등 4가지 지표와 재정 건전성 평가로 이뤄졌다. 서원대 관계자는 "전국 사범대학장들이 이의 제기를 한 상태다. 국·공립대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평가 척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직 요청한 지표점수가 통보되지 않아 이의신청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의 신청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5∼6월 재평가를 준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부, 추석前 이의신청 최종결과 발표
정부는 교원과정평가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석 전인 15일과 20일 각각 1·2차 평가심의 결과를 통해 이의신청에 대한 최종평가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내 교원양성기관의 이의신청은 받아들여 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장학재단이 발표한 학자금 제한 대출 전국 30개 대학에 영동대와 주성대, 극동정보대가 포함되어 10월중 재평가에서 제외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신입생의 경우 등록금의 7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단 영동대는 일관성 없는 평가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동대 관계자는 "부채 한 푼 없이 재정 운영을 하고 있는데 교과부가 재학생 충원율만 지나치게 적용해 지방 소규모 대학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반도체 공학과를 중심으로 한 아산 캠퍼스 이전 등의 자구책 마련을 사전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성대 관계자는 "취업률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다"며 "재학생 충원율도 보건계열과 경찰·부사관과를 통해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이 같은 교육여건과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10월중 재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자금 제한 대출 한도(30%)도 학교가 적극 보존해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동정보대 관계자는 "교과부와 장학재단의 평가 기준 기한이 지난해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재평가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 사실상 자구책 마련이 쉽지 않다. 즉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통폐합 하고 내년도 평가를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표점수 미공개로 이의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구노력 계획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하겠다. 다만 해당 대학들이 지표점수 공개 요청이나 정부공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충북교총 관계자는 "정부는 구조조정과 학자금 대출제한의 연동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 사업은 일정부분 공감이 된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대학 구조조정 방침은 대학교육역량강화 사업 등 대학 자율화 정책과 대치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보다 공신력 있는 평가 기준을 적용해 지방대학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