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세상 돋보기

따 놓은 내신 연합고사 성적이 당락 결정

경철수 2010. 11. 18. 15:50

전·후기 바뀌고 연합고사…대입보다 헷갈리는 고입
연합고사 불안심리에 내신 고득점자 특성화고 대거 몰려
인문고 성적 양극화 심화·평균성적 하락 불가피 대책 요구
2010년 11월 17일 (수) 09:12:50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오는 12월15일 고입연합고사가 부활되는 가운데 시험에 대한 불안심리 등이 작용해 청주·청원권 특성화고에 내신 고득점자가 대거 몰리면서 입시 양상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충청리뷰DB>
<고입연합고사 부활…뭐가 달라지나>고입 연합고사의 부활로 충북 도내 입시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득점자가 특성화고(전문계고)로 몰리면서 수업 진행이 더욱 수월해지는 반면에 인문계고의 성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인문계고의 평균 성적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이기용 교육감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도내 학력제고를 위해 고입 연합고사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에 도내에서는 오는 12월15일 '2011학년도 고입연합고사'가 실시 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100% 내신 성적만으로 진학이 가능한 도내 특성화고 모집 마감결과 청주·청원권 특성화고에 고득점자가 다수 몰리면서 예년 수준의 응시자가 대거 탈락하는 현상을 빚었다. 이에 입시지도 교사들이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중학교 입시지도 교사들은 △고입연합고사에 대한 부담 △농촌출신 학교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조기취업 희망 △정부의 특성화고 육성시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성화고 커트라인 5점까지 상승
하지만 무엇보다 올해 부활되는 고입연합고사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내신 67%(300점 만점)에 연합고사 성적 33%(150점)가 반영되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내신 성적은 기본적으로 따고 들어갈 경우 연합고사 성적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이번에 청주·청원권 유명 특성화고의 커트라인이 2∼5점까지 향상된 것은 예년에 인문계 고등학교 커트라인 점수대인 240점을 웃도는 270점대 이상 내신 고득점자가 다수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청주 대성여상의 경우 270점 이상 고득점자가 무려 10여명에 이르고 청주공고도 8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0% 내신 성적(300점 만점)이 반영되던 지난해의 경우 통상 전문계고(특성화고)는 220점 이상, 인문고는 240점 이상으로 놓고 진학지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커트라인이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예년 성적 수준의 응시지가 대거 탈락해 시내·외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면서 인문계 고등학교 성적의 양극화와 평균 성적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는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도내 인문계 고교 모집현황 결과가 나와 봐야 도내 입시 양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예단은 금물이다. 다만 고입연합고사가 학력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 본다. 인문계고 평균 성적 하락에 대한 대책은 차후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경우에 따라서 일정 성적 이상의 선발고사로 일부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취업·진학' 일거양득 인식변화
청주공고 조동기 교무부장은 "특성화 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 한다"며 "정부의 특성화고 육성정책에 따라 '선 취업 이후 진학'이란 제도가 생겨 전문계고가 오히려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요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기용하면서 전문계고 학생들의 생산직 취업 기피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술, 기능인 인력 양성에 대한 중점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 대성여상 최광묵 교무부장은 "정부 지원책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커트라인에 걸리는 학생들의 연합고사에 대한 불안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며 "특성화고로 갈 경우 취업과 진학이 모두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청주 서경중학교 강경식 입시지도 교사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조기취업을 희망하는 고득점 학생들이 전문계고로 대거 몰린 듯하다"며 "하지만 연합고사에 대한 부담 등 복합적인 원인도 작용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는 내년부터 특성화고 육성 정책으로 연간 학자금(장학금) 120만원 이상 지원, 군입대 24세 이상 연장신청 가능, 선 취업 후 진학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전국 691개 전문계고를 400여개 특성화고로 줄이는 구조조정도 앞두고 있다.

   

이는 전국 291개 전문계고를 인문계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결국 인문계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됐다며 전문계고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문계고를 줄이면 결국 교사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적지 않은 갈등도 예상된다.

 

'파이 나누기' 인문고 성적하락 우려
이번에 내신 고득점자의 특성화고 쏠림 현상에 대해 도교육청은 예단은 금물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고입연합고사에 대한 불안심리가 있겠지만 소신지원자도 많아서 인문계 고등학교 접수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청원 43개 중학교의 2011학년도 졸업생은 1만2067명 정도로 특성화고(전문계고) 3105명을 제외한 9123명이 일반고와 특목고 진학자이다.

즉 중학생 졸업자 수가 정해져 있어 특성화고로 고득점자가 몰릴 경우 상대적으로 인문고 학생들의 평균성적인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추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입연합고사에 대한 불안심리 이외에 농촌출신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소신 지원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주 대성여상의 수석과 차석이 미호 중학교 출신이란 점이다. 또 청주공고의 경우 청주동중과 주성중, 가경중, 청운중, 서원중학교 등 청주시내권 중학교 이외에 청원중, 가덕중, 내수중, 현도중, 증평중, 단양중 등 농촌학교 출신 학생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