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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특별교부금 13억원 받자마자 뺏겨

경철수 2011. 10. 13. 13:33

도교육청 특별교부금 13억원 받자마자 뺏겨
언어문화개선사업예산 위탁명목 한달 만에 한국교총으로
'대통령 지시' 빠른 성과 내기 부작용…사실상 돈세탁 수준

 

 

정부가 학생 언어문화 개선사업이란 미명아래 특정 교원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편법으로 운영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해 2월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학생언어문화 개선 사업 및 학교문화 선도학교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들어 학생들의 욕설문화와 졸업식 알몸 뒤풀이 등 폭력적인 청소년 문화가 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아래 내려진 결정이었다.

실제 한국교총이 '제 564돌 한글날'을 맞아 학생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교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교원 66.1%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하는 대화의 반 이상이 욕설과 비속어'란 답변을 내 놓기도 했다. 또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학생 4명을 대상으로 한 등교 후 점심시간까지 4시간 동안 언어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욕설과 비속어 사용빈도가 고교생 A군 385회·B군 125회, 중학생 C군 111회·D군 156회로 나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언어문화 개선 사업을 벌이면서 사업 예산이 없자 충북도교육청에 특별교부금으로 내려 보낸 예산을 한 달도 안 돼 한국교총 서울 중앙회 사무실에 위탁사업비 명목으로 올려 보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5월2일쯤 학교폭력예방사업비 명목으로 충북도에 13억 20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내려 보냈다. 그런데 지방재정으로 쓰여야 할 특별교부금이 어찌된 일인지 한 달도 안 되어 같은 달 30일 '학생 언어문화 개선사업비' 명목으로 한국교총에 10억 원이 지원됐다.

 

공모절차 없이 지원 '특혜' 시비
또 학교문화선도학교 명목으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회에 3억 2000만원이 지원됐다. 이는 정부가 개인 또는 단체에 직접 기부·보조·출연, 그 밖의 공금 지출을 할 수 없도록 하자 '지방재정법 제17조' 예외규정을 준용해 특정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지방재정법 제1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개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예외규정을 둬 '지방자치단체의 소관 사무와 관련해 꼭 필요한 사업'에 한해서는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관련 사업은 학생의 바른 인성과 공공의식 함양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보인다. 다만 VIP 지시사항으로 본예산이 세워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방재정으로 쓰여야 할 특별교부금을 특정단체를 지원하는 예산으로 편법 운영한데 대해선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교과부는 지난해 말 관련사업 추진을 발표한 뒤 지난 5월 관련 예산이 집행되기까지 위탁사업자에 대한 공모절차 없이 사실상 한국교총을 사업자로 내정해 사업을 추진해 특혜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일단 교과부는 한국교총의 내정 이유에 대해 서울 중앙회를 비롯한 16개 시·도 교총, 192개 시·군·구 교총 및 1만개 학교분회로 이어지는 계선조직과 초·중등 교사회, 초·중등 교감·장회, 대학교수회, 학교급·직위·전공별 등 28개 산하단체로 구성된 통합조직과 유치원, 초·중·고등 및 대학으로 이어지는 18만 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업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에 경쟁 대상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이다.

 

"투명집행 지켜보자" 관망론도
일각에서는 VIP의 지시사항으로 성과내기에 급급했던 교과부가 적어도 2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모절차를 생략하고 한글날(10·9) 이전인 7일 결과를 내 놓기 위해 특정단체를 내정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교과부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상 특별교부금을 편법으로 사용할 정도로 급박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혹 시기적으로 앞당겨야 할 사업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관례를 볼 때에 충북을 시범대상지역으로 하고 검증이 됐을 때에 사업 대상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과부는 VIP에게 빠른 시일 내에 뭔가 성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교부금 형식의 사업예산을 세워 서울 중앙회 한국교총을 지원하는 편법운용의 길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돈 세탁'에까지 비유했다. 한국교총 교권국 이재곤 팀장은 "당시 2개월여 간의 준비 기한을 거치면서 서류를 준비해 정식 공모절차를 거쳤어도 자신이 있었다"며 "교과부 입장에선 올해 2월 사업 발표이후 5월 예산이 잡히기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된데다 2∼3개월의 사업자 공모절차를 거치면 여름방학으로 2개월 이상을 보내야 돼 내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 학교문화과 하은경 교육연구사는 "VIP 지시사항이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사업을 하려는데 예산이 필요했고 본예산에는 잡혀 있지 않아 사업목적이 정해진 특별교부금을 충북도에 내려 보내게 됐다"며 "관련단체에 정부가 예산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재정법 17조 예외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충북교총 관계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꼭 필요한 사업으로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는지만 지켜보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충북교육계 한 관계자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조하기 위한 특별교부금을 중앙사업에 편법으로 운용하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돈 세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TIP>학생 언어문화 개선사업 및 선도학교란?
한국교총은 유관단체와 함께 지난 5월부터 '학생 언어문화 개선 선포식'을 갖고 민관 합동 캠페인 및 교육자료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프로그램의 특징은 △교육과정과 연계한 교사의 특별수업 △(KBS·EBS)공중파 방송을 활용한 범국민 캠페인 △학생들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EBS)UCC공모전 등 학교·사회의 공동 노력과 함께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교총의 언어문화 개선 사업 전국 학교 공모에는 선도학교(272)와 선도 교실(300)을 모두 합쳐 572개 학교가 응모했으며 이 중에서 20개 선도학교와100개 선도 교실이 선정됐다. 교과부는 성과가 있을 경우 선도학교 150개, 선도 교실 500교실로 2012년까지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충북도내 선도학교는 청주 서원초, 청주 청운중, 청원 양업고가 선정됐다. 선도 교실은 옥천 증앙초병설유치원, 청주 흥덕초, 음성 무극초, 충주 용원초, 충주 미덕중, 충북인터넷고등학교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