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사는 세상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비하자

경철수 2009. 9. 19. 02:36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비하자
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2009년 09월 16일 (수) 14:39:40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블레임, 28일후, 나는 전설이다, 12 몽키즈, 눈 먼자들의 도시, 아웃브레이크.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세기말 바이러스에 대항해 무엇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불가항력을 다룬 영화다.

특히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올해로 개봉한지 15년이 지났지만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 영화의 스페인어 제목은 다름 아닌 전염병.

현지 언론은 당시 신종플루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이 줄을 섰고 멕시코시티에 있는 DVD대여점에선 이 영화를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신의 저주를 뜻하는 영화 블레임. 단순한 감기 환자가 원인불명의 증세로 사망하고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죽음에 이르면서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마치 이 영화와 같은 바이러스 공포가 요즘 지구촌을 떨게 하고 있다.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국내에서만 6000명을 넘어섰고 충북도내에서도 310여명에 이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악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정부가 방역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경우 전체인구 대비 3%에 이르는 충북은 600명이 사망하고 4500명의 입원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의사들은 언론이 지나치게 공포심을 조장한다고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저병원성 고감염병으로 치사율은 독감(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비해 고작 0.2%정도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면역력이 있는 건강한 사람은 신종플루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가위기관리 대응은 최악의 시니라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이는 신종플루의 처음 치사율이 0.2%에 불과했지만 현재 0.5%까지 뛴 것만 봐도 알수 있다는 것.

더욱이 감염성이 독감에 비해 4배나 빨라서 면역력을 가진 환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 지구촌 인구의 27% 가까이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도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조류독감AI(H5N1)나 신종플루A(H1N1)가 새(조류)와 돼지(가축)의 몸에서 공존하다가 변종 바이러스로 사람의 몸에 감염된 것처럼 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국가위기관리 대응에서 예방(주의)은 커녕 급속도로 확산되어 심각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유행(Pandermic)을 예고했던 신종플루에 대해 국내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보건위생과-보건소)은 예방에 실패했다는 것.

개인위생 철저를 당부하는 홍보활동은 벌였지만 정작 공항 검역대에서 방역활동을 하는 것은 실패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따라서 지나치게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보건당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하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은 분명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