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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준비 덜 된 충북대 '속 타네…'

경철수 2010. 12. 15. 09:20

법인화 준비 덜 된 충북대 '속 타네…'
정부 지원 중단될까 대 놓고 반대도 못해 '노심초사'
학교측, "저소득 학생·기초학문 연구 위해 유지돼야"
교수회, "법 개정 모금운동·학과장 직선제 유지 서신"

 

<교과부 국립대 선진화 방안 발표 후 반응>"국립대 법인화와 교수 성과급 연봉제를 반대합니다. 국립대는 사학이 다소 소홀히 다룰 수 있는 기초학문 분야 연구라든지 성적이 좋지만 학비 걱정에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유지돼야 합니다. 전공분야가 각기 다른 교수들을 어떤 잣대로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합니까. 정부 지원받아 생산해 낼 수 있는 연구물은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2월25일 대학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9대 충북대 총장에 당선된 김승택 총장의 당시 연설문 중 한 대목이다. 충북대가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9월28일 전국 국립 대학교 사무국장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모여 국립대학 선진화추진단회의를 가진 뒤 최근 국립대학 선진화 계획이 발표됐다. 골자는 단과대학장 직선제 폐지와 교수 성과급제 도입, 국립대학의 단계적 법인화 등이다.

 

여건 조성이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충북대의 법인화 반대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대 놓고 반대할 수 없어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기껏해야 전국 국립대학 교무처장, 사무국장, 기획처장 회의를 통해 졸속으로 추진하기보다 여건이 성숙된 이후에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 달라는 의견 개진을 하는 정도다.

 

그나마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전국 국립대학 교수회 연합회(이하 국교련) 차원에서 '학장 직선제 폐지'를 위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반대 성명을 채택하고 성과급 연봉제 반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충북대 교수회도 이에 발맞춰 '학과장 임명제'를 반대하는 서신(書信) 모으기, 단과대별 모금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학과장 직선제 폐지 총장선거 과열"

하지만 국고 지원 연구 사업이 70∼80%에 이르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원이 중단될까 염려되어 정부정책을 대 놓고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수회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학교 법인화 문제이다. 서울대학교처럼 재정자립도는 물론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학의 경우 법인화의 어려움이 없지만 지방 국립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성회비 등 재정자립도가 60% 수준인 상황에서 재무여건상 법인화의 길을 가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만일 현 시점에서 법인화의 길을 가려면 학생들의 등록금을 2배 이상 올려야 하지만 등록금 상한제에 묶여 연간 4.5%이상 올릴 수도 없다. 또 국립대학 법인화는 조직, 인사, 재무의 자율성을 부여 한다는 게 기본취지 이지만 정부는 법인 이사회의 적어도 50%는 정부가 추천하는 인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즉 재무, 인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자율화란 설명이다. 여기에 학과장 직선제 폐지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학과장 직선제 폐지는 총장 선거의 과열을 불러 온다는 것이다. 학장 후보군이 총장후보와 러닝메이트가 되어 선거를 치르게 되고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도 빚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는 신성한 지성의 요람을 정치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교수회의 사전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을 뿐 기존에도 이미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는 총장이란 얘기다. 정부가 학과장과 총장의 갈등으로 학과 운영의 비효율성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직선제폐지 방안을 밝혔지만 이는 지난 20년간 문제없이 진행되어 온 대학 자치라는 헌법적 이념을 무시하는 처사란 지적이다. 한마디로 정부통제를 강화하려는 심사란 설명이다.

 

"졸속 추진보다 여건조성 기회 줘야"
성과급 연봉제 도입도 각기 다른 전공 교수들의 경우 학과 특성에 따라 연구논문이나 실적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어떤 잣대로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할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총장에게 잘 보여 승진하고 성과급도 많이 받으려는 줄서기 관행을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충북대학교 윤인재 사무국장은 "공무원 신분에서 정부가 하는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다만 지난 전국 국립대 사무국장 대학선진화추진단 회의에서는 의견수렴이라기 보다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자리에 가까웠다. 정부도 여건 조성이 안 된 지방 국립대학의 일방적인 법인화 보다는 선택과 자율권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대학교 이희순 기획처장은 "총장의 국립대 법인화 및 성과 연봉제 도입에 대한 반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정부정책을 대 놓고 반대할 수 없는 난감한 입장이다.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 충북대의 경우 조기 법인화는 어렵다.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충북대는 향후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에 대한 우려도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기초학문 분야 연구에 대한 국립대의 역할에 대해 정부를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학생등록금 인상 반발 살 것"
오원태 충북대 교수회장

 <사진/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충북대 교수회 오원태(자연대 수학과 교수·사진) 회장은 "정부의 대학 선진화 방안의 총론은 공감을 한다"며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통폐합하고 국립대를 통합하는 것은 할 수도 있지만 정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헌법의 이념이 보장하는 대학 자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장 직선제 폐지는 대학과 교수사회에 저급한 이해타산으로 비생산적인 갈등과 각종폐해를 유발할 것이다"며 "여건 성숙이 되어 있지 않은 국립대의 법인화 졸속 추진은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수많은 국립대의 위기를 가져 올 것이다. 재정위기를 타계할 수 있는 길은 학생들 등록금을 인상하는 길 뿐이고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 연봉제도 전공과 특성이 모두 다른 대학 교수들에게 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이냐"며 "동기부여는 되겠지만 이미 호봉에 따라 연구 성과에 따라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개입이다. 앞으로 전국 국교련과 함께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반대를 위한 모금활동과 학과장 임명제 반대 서신을 모아 교과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