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만난 사람

“교과서에 남는 글 쓰고 싶어요”

경철수 2009. 11. 13. 09:28

“교과서에 남는 글 쓰고 싶어요”
황원교 시인 ‘장애를 문학 열정으로’ 승화
2009년 11월 05일 (목) 10:54:33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황원교(51) 시인은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남들은 손으로 글을 쓰지만 시인은 입으로 글을 쓴다. 시인은 20여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헌신적인 가족의 보살핌으로 지난 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0년 9월엔 계간 문학마을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정식 등단했다. 이후 ‘빈집 지키기(2001년)’’혼자 있는 시간(2006년)’ 등 2권의 시집과 ‘굼벵이의 노래(2008년)’란 수필집을 냈다. 최근에는 3번째 시집과 장편소설을 준비중이다.

시인은 “수필집을 내는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는데 소설을 쓰는데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팬이 생기면서 하루에 몇자라도 쓰지 않으면 안되는 강박관념까지 사로잡혔다. 내게 글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며 삶의 존재”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 부인 유승선씨(왼쪽)가 황원교 시인의 집필을 돕고 있다.
시인은 평소 독서 애호가다. 다독을 즐기고 상식책 2〜3권은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10여개 언론사 일일기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챙길 정도다. 그래서 지난 2007년 11월엔 한 방송프로그램의 퀴즈대회 최종단계에 진출하면서 받은 여행상품권으로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시인은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 교과서에 남는 감동 어린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시인은 장애인을 위한 희망 전도사로 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시인은 어려운 집안형편에 강원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 포병장교로 임관해 서부전선에서 예비역 중위로 전역했다. 1985년 현 금호생명의 전신인 동아생명에 입사해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 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혼녀를 떠나 보내야 했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던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보던 어머니 마저 과로로 숨졌다. 하지만 수녀가 되기 위해 준비중이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장애는 그의 문학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됐다. 마우스 스틱을 입에 물고 한자 한자 써 내려 가면서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각종 자원봉사까지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성한 장기나마 주고 싶다며 장기기증까지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