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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법↔중기지원법 상충…해석분쟁 불가피

경철수 2010. 1. 19. 13:57

계약법↔중기지원법 상충…해석분쟁 불가피
중기청 "중기제품 구매 의무…분리발주 안하면 소송 불사"
청주시 "충북도 건설심의위원회 일괄입찰 결정 따랐을 뿐"
2010년 01월 12일 (화) 14:53:20 경철수 기자 cskyung74@cbinews.co.kr

   
▲ 청주시가 하수처리시설 여과기 설치문제로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청주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청주시-중기청 '여과기' 갈등배경>청주시가 하수처리시설 내에 여과기 설치 문제로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지난 2008년 3월 충북도지방건설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388억원 상당이 들어가는 청주시 하수처리장 여과시설 및 소각로 증설공사를 일괄입찰(턴키:Turn-Key)방식으로 지난해 12월11일 발주자 입찰공고를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이하 중소기업청)는 지난해 11월22일자로 개정 시행된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12조 3항의 대통령이 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의 장은 중소기업청장이 고시한 품목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분리발주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하수처리시설 내에 설치되는 여과기 등에 대해 시가 중소기업제품을 조달청으로부터 관급구매를 하는 분리발주를 의미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충북본부는 만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은 물론 입찰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는 '중소기업청의 요구는 이유 없다'는 의견이다. 이미 충북도 지방건설심의위원회에서 일괄입찰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 중소기업청이 요구하는 분리발주는 사실상 일괄입찰(Turn-Key)방식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수처리시설내 들어가는 제품의 67%가량이 이미 중소기업제품이고 여과기를 제조·생산하는 도내업체도 없는 상태란 설명이다.

 

道, "대형공사 시설물 턴키방식 따라야"
이는 충북도 지방건설심의위원회 담당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위원회의 결정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귀속사항에 해당한다. 100여명의 관련전문가와 교수, 공무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10명 안팎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게 된다. 청주시 하수처리시설내 여과기 설치 문제는 반드시 일괄입찰을 따라야 하는 대형공사 심의기준 시설물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는 500m 이상의 교량, 댐, 공항, 항만 등의 토목 공사나, 정수장·폐기물 및 소각시설, 폐기물 집하시설 등의 건축물에 대해 일괄입찰 방식의 제한을 뒀다"고 설명했다.

사실 청주시가 일괄입찰방식을 고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턴키방식은 시공자가 결정되면 설계-시공-자재구입-시험가동 및 고장수리 등의 책임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요구하는 자재 관급수주방식의 분리발주는 시공후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자재 납품자와 구매자인 청주시, 시공자간의 삼각구도 속에서 또다시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질 개선에 대한 보장이다.

또 재설계에 따른 추가비용과 공기가 늦어지는 행정소모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시는 이미 턴키방식의 용역 설계비용으로 6억원을 들인 상태다. 그런데 중소기업청의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실시설계 비용 8억원을 포함해 모두 14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은 재심의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市, “공기내 목표 수질 맞춰야 개발 수혜”
여기에 오는 3월9일까지 기본설계서를 제출받아 적격업체를 선정한 뒤 적어도 4월에 착공해야만 2012년까지 시험가동을 거쳐 정상 가동한다는 당초 공사기한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은 국토해양부가 국제협약에 따라 해양투기를 전면 규제하는 해이기도 하다. 시는 정부 오염총량제 정책에 따라 기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을 9.2PPM에서 5PPM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시는 만일 오염총량제를 지킬 경우 시 개발 사업의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많은 부문에서 제한을 받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2월29일 입찰참가 신청서를 낸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3월초까지 기본설계서를 제출받아 적격업체를 선정한 뒤 당초계획대로 4월초 착공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청과 법정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 관계자는 "충북도지방건설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 기존 설계 및 시공 일괄입찰방식은 따르고 자재납품은 분리발주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은 천재지변과 국가안보와 관련한 부득이한 경우, 또는 중소기업청과 사전협의를 한 경우를 제외하곤 반드시 중소기업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청주시부터 중소기업제품 써줘야..."
이어 이 관계자는 "청주시는 중소기업활성화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충북에서 가장규모가 큰 자치단체가 관련법을 지키지 않으면 사문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됐다"며 "우리의 요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중소기업청장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조달계약 자체가 무효화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달청 관계자는 "여과기 등 제품 분리발주는 턴키계약방식에서 벗어난다"고 밝혔. 청주시 관계자는 "시가 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추려는 것은 오염총량제에 따른 수질개선 목표 5PPM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며 "법과 원칙, 규정과 절차에 따라야 하는 담당 공무원으로서 소신에 따라 결정한 문제이다. 중소기업청의 진정에 따라 다녀간 감사원조차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낸 상태다"고 말했다.

또한 시 관계자는 "태백시도 비슷한 일로 피소됐지만 기각처리 된바 있다.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청주시와 중소기업청 중앙회 충북본부의 갈등엔 턴키방식의 제한입찰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과 건설기술관리법 그리고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장려하고 있는 중소기업 구매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법이 상충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활을 건 싸움에 나선 중소기업청은 조달청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해 주지 않을 경우 대기업과 출혈경쟁에 나서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급공사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들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서로 상충되는 관련법 정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